[도시숲조성/봉사]대모산 꿀벌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가을철 밀원식물은? (부제: 밀원식물과 꿀벌정원 이야기)

2022-08-29

8월 초, 전례없는 폭우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걸어다니고 차를 타고 다니던 곳이, 내 집 앞이, 내 집 안이 물에 잠긴 모습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습니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피부를 넘어 온몸에 각인되는 날이었어요. 이 날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폭탄처럼 쏟아진 이번 집중호우를 비롯해, 가뭄/산불/벌레떼출몰 등…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감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악순환 중 하나는 바로,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한 생태계파괴입니다. UN 생물다양성협약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1970~2006년 사이에 이미 지구상의 31%의 생물종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식물종의 68%, 양서류 종 41%, 파충류 종 22%, 무척추동물 종 30%, 포유류 종 25%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해요.



🐝 생물다양성 유지에 절대적인 벌, 벌의 생존과 밀원식물 간의 상관관계


벌은 생태계 보전과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특히 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식물의 꽃 중에서 1/3은 곤충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는데, 이 중 60%이상이 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벌은 신체 생김새 하나하나가 꽃가루를 전달하고 저장하기에 적합하도록 이루어져있다고 해요. 온 몸을 뒤덮은 털은 꽃가루가 쉽게 붙을 수 있고, 뒷다리는 꽃가루를 매달기 좋도록 최상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수분을 하기 어려워지고, 열매를 맺지 못해 번식하지 못하게 된 식물들은 점점 사라지게 되겠지요.  (*출처: 사람과 벌과 꽃과의 관계 : 네이버 블로그)


“ 벌은 꽃식물과 함께 진화해왔으며 벌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모두 꽃과의 관계 속에서 발달했다. 꽃은 벌에게 꿀과 밀랍의 성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비행, 소통, 협력의 동기가 되고 더러는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야 하는 동기도 된다."

- 소어핸슨의 ‘벌의 사생활’ 중에서 -


반대의 상황도 가능합니다. 도시화와 개발로 인해 동식물이 설 땅을 잃어가는 지금, 벌들이 충분히 꿀과 꽃가루를 얻을 수 있는 환경도 사라져가고 있어요. 환경에 적합한 다양한 수종을 심기보단, 그저 필요에 의해 단일 수종의 식물을 대량 식재하는 경우가 늘다보니, 벌들이 꾸준히 꿀을 얻을 수 있는 환경도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벌 생태학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굴슨 교수가 이끈 영국 서식스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은 4제곱미터(약 1.21평)의 녹지 공간만으로도 꿀벌, 나비 같은 꽃가루 매개자에게 충분한 서식지가 될 수 있으며 생물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출처: 꿀벌 집단 실종 해법은 ‘도심 속 작은 정원’ - 서울신문 )

ⓒ서울그린트러스트




🐝 지난 5월에 완성된 대모산 꿀벌정원, 지금의 모습은?


지난 5월,  포르쉐코리아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대모산 꿀벌정원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명성에 맞게 울긋불긋한 봄꽃들과 아까시나무의 향기로 가득했어요. 시간이 흘러 기온이 점점 올라가더니 봄 꽃이 지고 그 자리에는 푸르른 녹음과 꿀벌을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로 가득했습니다. 처음의 정돈된 정원의 형태보다는 좀 더 자연의 모습에 가까워졌어요😁 풀처럼 보이던 작은 크기의 황금조팝 묘목들은 제법 몸집을 키워 빈 틈을 메웠고, 구절초의 폭풍 성장에 나무 스툴은 반 쯤 덮이기도 했습니다. 여름의 정원에서 피할 수 없는 잡초도 벌통 주변의 맥문동과 함께 무성해진 모습입니다. 

구절초가 무성히 자라 나무 스툴을 덮을 기세에요!

5월 조성 당시의 모습
8월에 무성해진 모습


꿀벌들은 벌통을 건드리지 않으면 먼저 공격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해 벌통 주변에는 벌 주의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8~9월은 말벌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요. 말벌은 사람 뿐 아니라 꿀벌도 공격하곤 합니다. 그래서 꿀벌이 사는 벌통에는 말벌트랩 및 포획기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트랩은 10월까지 설치해 둘 예정이에요. (*참고: [The JoongAng] 年 9명 앗아간 '킬러' 초비상…검은 옷 입으면 더 위험한 이유 )

벌통 주변에 설치 된 벌 쏘임 주의 안내판

벌통에 설치 된 말벌트랩 및 포획기


유달리 길었던 더위와 엄청났던 폭우 등... 기상이변 현상이 많았지만 다행히 꿀벌도 식물도 무사히 자라고 있는 걸 확인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폭풍 성장 한 구절초를 비롯해 대모산 꿀벌정원은 이제 여름을 지나 가을 맞이에 한창이에요. 새하얗게 피어날 구절초를 비롯해 여러 가지 가을꽃들의 향연을 기다립니다. 가을에도 꿀벌들이 배불리 먹고 지낼 수 있길 바래봐요.

구절초 (사진촬영: 김재연)

💬 대모산 꿀벌정원을 설계한 권아림 작가님과의 간단 인터뷰

Q. 대모산 꿀벌정원은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자생종을 중심으로 한 정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대모산 꿀벌정원에는 어떤 밀원식물과 자생종이 있나요?

밀원식물로는 뱀무, 꼬리풀, 부산꼬리풀, 냉초, 라일락, 섬분꽃나무 등이 있고, 자생종으로는 섬잔대, 참산부추, 벼룩이 울타리, 터리풀, 각시원추리, 하늘말나리, 도라지, 꼬리진달래, 당조팝, 한라백당 등이 있습니다.


Q. 꿀벌정원 안에 가을에 피는 꽃들이 제법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별히 가을에 꽃을 볼 수 있는 식물을 심은 이유가 있을까요?

플랜팅 계획에서 계절 개화하는 정원을 염두에 두고 가을꽃들을 배식했습니다. 1차 공사 시점이 한 겨울이라 봄 식물을 구하기 힘들어서 가을 꽃들을 1차로 식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감국이나 산국 등은 목질화 되어 다음해 좀더 잘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했고, 쑥부쟁이도 워낙 강인한 초화라서 초창기에 초화들이 잘 자리잡을수 있는 역할을 기대했습니다. 자연산지로 너무 잘 번지는것을 우려하여 사초류 배식은 지양하고 대신 하늘거리는 멋이 있는 가우라 등을 식재했습니다. 


Q. 벌과 사람을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하여 정원을 디자인하셨나요?

꿀벌은 생태적으로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눈앞에 벌이 나타나면 쏘일까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대한 안전할 수 있도록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여 벌집 공간을 차폐하여 사람과 벌들을 서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용자들에게는 꿀벌정원을 느낄수 있는 디자인 요소들을 넣었는데, 자연공간인 대모산과 어울리지 않아 디자인은 많이 적용 못했어요. 사람들이 잠시나마 머물 수 있는 포켓공간을 두어 휴식, 교육, 작은 모임이 가능하도록 계획했습니다. 


Q. (꼭 꿀벌정원이 아니어도) 작가님이 정원을 만드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또는 철학이 궁금해요!

저는 정원디자인에서 정원사용자의 행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원에서 대표적인 활동인 휴식, 감상, 재배 등의 행동을 사용자의 상황과 특징에 맞도록 더 섬세하고 다양한 경험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 하고 싶어요.




🐝 대모산 꿀벌정원에서 만날 수 있는 가을 꽃은?


1. 감국

주로 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노란색의 국화입니다. 키는 60~90cm정도로 자랍니다. 어린잎은 나물로 쓰기도 하고, 꽃은 진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요.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 감국)

사진출처: 위키백과 - 감국


2. 청화쑥부쟁이

쑥부쟁이는 국화과의 꽃으로 산과 들에서 흔히 자랍니다. 키는 30~100cm정도로 자랍니다. 어린순을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기름에 볶아먹기도 합니다. 청화쑥부쟁이는 쑥부쟁이 종류 중 청보라색의 꽃을 피워요. 주로 10~11월에 피는데, 꽃이 오래가고 추위에도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 쑥부쟁이)

ⓒ서울그린트러스트


3. 흰가우라(바늘꽃)

가우라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춤추는 나비'같다고 해서 나비바늘꽃이라고도 불린답니다. 꽃의 색깔에 따라서 백접초/홍접초/분홍나비바늘꽃/흰나비바늘꽃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꽃은 6~10월까지 피며, 오랫동안 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참고로, 벌들은 이런 꽃들을 좋아해요!⭐

1. 겹꽃아닌 홑꽃
꽃잎이 너무 많으면 벌들이 꽃의 중심부로 들어가 꿀과 꽃가루를 얻기가 힘들어요. 벌들을 위해서는 겹꽃보다는 홑꽃을 심는 것이 좋습니다.

홑꽃(좌)와 겹꽃(우)의 예시 (ⓒ서울그린트러스트)

 2. 보라색 계열의 꽃
벌들은 여러 색깔들 중에서도 보라색 계열의 색깔을 명확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라색 꽃을 피우는 라벤더, 알리움, 붓들레아, 캣닢 꽃은 벌이 가장 좋아하는 대표적인 식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라색 꽃이 아닌 다른 색상도 벌들이, 그리고 다른 수분매개곤충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니, 보라색만 심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D
라벤더(좌)와 솔체꽃(우)의 모습 (ⓒ서울그린트러스트)

3. 통모양의 꽃
캄파눌라, 블루벨, 디기탈리스 등과 같은 통모양의 꽃은 혀가 긴 벌이 꿀을 채집하기에 좋습니다. 혀가 짧은 벌, 혀가 긴 벌 등… 벌들도 종류에 따라 각기 꿀을 먹는 구조가 달라요. 다양한 특성의 벌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꽃의 모양도 다채로운 것이 좋습니다.
디기탈리스(좌)와 캄파눌라(우)의 모습 (사진출처: pixabay)



🐝 9월의 꿀벌정원이 더더더 기대되는 이유!


수줍게 피어나는 가을꽃과 더불어, 대모산 꿀벌정원에서는 밀원식물과 벌의 소중함을 함께 기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도시양봉 전문기업 '어반비즈서울'에서 진행을 맡아주실거에요. 9~10월 중 진행 될 예정이랍니다. 자세한 일정은 추후 서울그린트러스트 홈페이지/인스타그램/뉴스레터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프로그램 진행 내용 

프로그램 1  |  어린이(초등학생) 대상 꿀벌체험(꿀벌상식퀴즈, 양봉장 벌체험, 비호텔 만들기 등)
프로그램 2 | 온 가족이 함께하는 비호텔만들기 (대면 활동 불가 시, 비대면 키트로 진행)
프로그램 3  |  벌이 좋아하는 꽃심기(서식지에 대한 이해, 밀원식물 심기 등)


 진행 장소 

대모산 자연공원 내 꿀벌정원 (관리사무소에서 불국사 방향 직진 후, 불국사 도착 약 150m 직전에 위치)
* 대모산자연공원 관리사무소: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산 63-52


✅ 프로그램 내용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자세한 일정 및 프로그램 신청은 추후 서울그린트러스트 홍보채널(홈페이지/인스타그램/뉴스레터)을 통해 공지될 예정입니다.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