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정원문화]J활동가, 미국 뉴욕/워싱턴 다녀오다! - 제1회 시민사회단체 정책연수 후기

2022-11-29

🛫 활동가 J, 미국 뉴욕/워싱턴 다녀오다! - 제1회 시민사회단체 정책연수 후기



델라웨어대학교 바이든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문제연구소에서 찍은 단체사진. J코디는 어디에?👻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J 코디네이터입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23일까지, 7박 9일 간 국무총리비서실에서 주최하는 '제1회 시민사회단체 정책연수'에 참가자로 선발되어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무려 미국의 뉴욕, 그리고 워싱턴 D.C.로요!!

이번 연수의 주제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협업을 통한 사회 갈등 해결방안 연구'였습니다.  도시숲 활동가와 갈등이라니!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 간, 집단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입니다. 도시숲 분야도 마찬가지이고요. 예를 들어, 이번에 방문한 뉴욕 맨해튼의 선형 공원 '하이라인(The High line)'은 폐선부지의 '개발'과 '보존'을 두고 벌어진 첨예한 갈등, 그리고 조정 끝에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 국에서 찾아오는 공원이 되었죠.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소송과 중재, 조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갈등 해결을 위한 방법 중 '조정(Mediation)'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이 있기도 해요. 이번 시민사회단체 정책연수는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개인 간, 단체 간, 인종 간 다양한 갈등의 사례와 해결 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수를 통해 배운 것(제가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2가지입니다.

1. 갈등의 문제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대로 방치하거나 서로의 의견을 듣지 않는 데에 있다는 것
2. 갈등을 잘 조정하면 갈등의 당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탄생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하이라인처럼요!)


하이라인을 비롯해, 미국 곳곳에서 발견한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활동 그리고 이에 대한 소감을 들려드릴게요. 



🚩 [참고] 제1회 시민사회단체 정책연수 개요

* 주제: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협업을 통한 사회갈등 해결방안 연구

* 목적: 국내 시민사회단체의 역량 강화 지원을 위한 선진 사회 민관협력 모범사례 학습 및 우수현장 체험, 정책연수를 통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간 협력관계 구축 및 소통 강화

*  방문장소: 미국 뉴욕 및 워싱턴D.C.
*  방문일정: 2022. 11. 15. ~ 2022. 11. 23. (7박 9일)
*  방문기관: Friend of the highline, Ground Zero, Memorial Park, Ctr for Negotiation and Conflict Resolution, Rutger Univ, Baltimore Community Mediation Ctr, America Speaks, Lincoln Memorial, Highline Park, Headquarters of the United Nations, 뉴욕한인회 등 관련 기관 

*  주최: 국무총리비서실
*  주관: (사)한국정책학회, ㈜조은여행사

 






🚩 기관방문 후기: Friends of the Highline (하이라인 친구들)

하이라인파크의 모습

✅ 공식적인 첫 일정으로 방문한 하이라인은 자원봉사자인 Richard의 안내로 진행되다.

Richard는 Friends of Highline(하이라인 친구들)의 상근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이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갔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결국에는 갈등 끝에 현재의 모습이 된 하이라인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운송수단 및 교통의 발전으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시설의 활용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발생

하이라인이 있던 구역은 Meat Packing 지역이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허드슨 강 가까이 위치하여 육류를 가공하고 포장하여 운반하는 철도가 지나가는 공간이었죠. 당시에는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와 철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철도의 운행속도가 9km 밖에 되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철도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많았고 공식적인 집계는 40여년간 50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를 지금의 형태와 같이 철근으로 된 구조물을 만들어 30피트 위로 올리게 되었다고 해요. 수년이 지난 이후 철도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골조만 남아 지역의 골칫덩이가 된 철도 폐선은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폐선이 된 후 매춘과 갱의 활동 지역이 되기도 했습니다.

 


개발과 보존에 대한 입장 차이로 빚어진 갈등을 해결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Key man: Robert, Joshua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갈등을 해결하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궁금하여 관련 자료(푸른숲에서 발간한 「하이라인 이야기」)를 찾아보니 조슈아와 로버트는 소유주인 csx에서 외부 연구 기관에 위임한 하이라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커뮤니티 위원회에서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흉물스럽게 남은 30피트 높이의 철근 구조물을 철거하고 이 공간을 새롭게 개발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당시, 구조물 사이 곳곳에 피어난 야생화들을 본 조슈아와 로버트 두 사람은 이 곳을 공원화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회의에서는 하이라인의 철거부터 화물 운송 활용 방안을 비롯해 공원 조성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연방 정부의 레일-트레일 전환프로그램(철도를 산책길로 전환하는 사업. 레일뱅킹 사업이라고도 한다.)을 언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로버트와 조슈아는 현장을 둘러보고 다른 사람에게 대상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진작가인 조엘을 섭외해 하이라인의 4계절을 담기도 했고요. 이 사진들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 초대장에도 사용되었습니다.



시민단체와 공무원, 기업 등 민관이 함께 만든 하이라인(The High line)

자료의 전문을 인용할 수 없지만 현재의 하이라인을 만드는 데에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두 명의 키맨 외에도 하이라인 구조물을 뉴욕 시에 양도한 csx 운송을 포함해 이 둘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보탠 공무원, 위원회 위원, 직원, 이웃, 기부자, 자원봉사자 등의 많은 지지와 재능 기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연수단은 시간 관계상 하이라인의 극히 일부의 모습만 관람할 수 있었지만 추운 날씨에도 하이라인을 산책하는 뉴욕 시민들의 모습과 자원봉사자인 리차드를 통해 로버트와 조슈아가 보여주고자 했던 하이라인만이 갖는 멋진 풍경을 느껴볼 수 있었고, 갈등을 딛고 만든 하이라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걸으면서 만난 하이라인의 풍경

 


✅ 도시를 연결하는 공원, 녹지 공간이 주변 산업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다.

공원화하는데 여러 반대와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공원의 형태가 되었고 공원화에 성공하며 호텔과 아트갤러리 등으로 주변 산업 유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근처 항구로 타이타닉 생존자들이 들어온 (1912) 건물이 그대로 있고요. 현재 meat packing 건물은 1개만 있습니다.

하이라인에서는 뉴욕시 공원 담당부서를 뜻하는 로고인 leaf와 하이라인 로고를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Friends of Highline이 하이라인 운영을 위한 예산의 90%를 조달하고 있습니다.

공원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을 기금을 모금하여 조달함으로써 하이라인은 기존 공원보다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과 예술 작품 전시 등을 제공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공원이 단순한 녹지 공간의 제공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개발과 보존의 갈등 속에서 철도의 일부는 사라졌지만 공원화하는데 성공한 현재의 하이라인이 명실상부 맨해튼의 랜드마크가 된 데에는 Friends of Highline이라는 비영리 조직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관할 부서(뉴욕시 공원 관리국)의 한정적인 예산으로 하이라인을 운영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운영 및 다양한 형태의 정원 관리 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랐을 거에요.

한국의 도시공원 대부분은 관할 부서에 배정된 예산 내에서 일상적인 유지 관리에 초점을 맞춰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대부분 관할 구역(시군구)의 공원 담당 부서에서 공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 예술, 자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운 한국의 공원 운영 정책에 고민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문이었습니다.


※ 참고 문헌: 조슈아데이비드/로버트 헤먼드, 「하이라인 스토리」, 2011


🚩 기타 기관 방문 후기


뉴저지 주립 럿거스 대학교 정책연구소에서는 갈등 해결에 있어 ‘조정’과 ‘중재’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다양한 이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조정(Mediation)은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가져오기 때문에 가장 Sustainable(지속가능)하며, 선택할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델라웨어대학교 바이든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문제연구소에서는 주정부 부담 프로그램으로 SPARC를 운영하고 있으며, 발달 장애 부모님과 선생님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IEP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셨습니다. 2003년부터 287명이 참여한 조정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프로그램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case number 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할때마다 당사자들에 평가서를 제공한다고 답해주셨어요. 인상적이었던 답변은 어떤 평가를 점수화하기보다는 조정관으로서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에 집중하는 질문으로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질문이 적절했나요? 충분히 참여할 수 있었나요? 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볼티모어 지역조정센터에서는 Seize fire 캠페인을 22번 전개하였고 이는 총기사건 52% 감소라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현재는 Peace movement 로 평화에 초점을 맞춰 캠페인명을 변경하였습니다. 볼티모어 지역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물자 지원도 하고 있으며, 주에서 지원하는 비용으로 출소자 교육 및 갈등 조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갈등을 예방하는 사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브로셔를 나눠주고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갈등이 없어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연수단이 방문한 기관은 공통적으로 Listening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적인 소감


갈등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발생합니다. 해결의 과정 중 소송이 아닌 조정에 대한 미국 사회의 노력과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방문했던 기관 모두 공통적으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잘 듣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해주셨습니다. 조정에 있어서 중재자의 역할은 개인 간의 갈등이나 개인과 조직 간의 갈등, 조직과 조직 간의 갈등 모두 양측의 의견을 경청하고 중재자는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직접 제시하는 해결책을 조정하여 최선의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입을 모아주셨죠.

갈등은 오해에서 시작되고 이야기하지 않으며 깊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되,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쿨 다운(cool down)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서로 어느 정도는 양보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정이며, 미국에서는 소송보다는 이런 중재 절차를 갖는 것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로 보였습니다.

특히, 볼티모어나 한인회의 경우 미국의 시민 단체로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시작해 갈등 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부가 하지 못하는 갈등 조정 역할을 시민 단체가 해나가고 있었고 특히 한인회에서 흑인과 아시아인 간에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불매운동 문제를 한인회의 연락망을 통해 해결하고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손세정제 나눔 캠페인을 통해 갈등을 조정한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럿거스대학이나 중재자 협회의 경우 고소득 변호사들이 중재를 위해 일하고 그와 비슷한 소득을 취한다는 것은 단체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에 대한 부족이 있어 어떤 구조인지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델라웨어 연구소 같은 경우 주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중재에 큰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개인들에게 중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숲 운동을 하는 단체로서 큰 갈등을 빚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녹지 조성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해당 구역 관련 기관과 후원 기업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 추구하는 가치의 이해 충돌이 있고 이 경우 중간에서 조정의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에, 좋은 중재자로서의 역량강화를 위해 한국에도 이와 같은 중재자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