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야기]도시는 숲이 될 수 있을까? 호주 도시숲 현장에서 찾은 답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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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취재, 리포트 : 서울그린트러스트 이한아 사무처장


🌳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배운 시민과 나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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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고 있는 나무들은 단순한 가로수일까요, 
아니면 도시 생태계의 중요한 자산일까요?

지난 2월,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의 제안으로 함께,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의 도시숲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번 방문은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의 공무국외출장에 시민단체 협력 파트너로 참여한 일정이었습니다. 

해외 도시숲 정책 특히 3-30-300 규칙 적용과 관련하여 현장을 살펴보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와 연구기관을 만나 도시숲을 둘러싼 다양한 협력 구조와 운영 방식을 살펴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는 이한아 사무처장이 시민단체 대표로 동행했습니다.

시민참여로 시작된 도시숲부터 공공 식물원과 민간 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녹지까지…
남태평양 건너 도시에서 만난 도시숲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기록으로 전합니다.

✈️ 도시숲을 위해 떠난 여정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만난 도시숲은 단순히 잘 조성된 녹지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 환경이 연결되는 하나의 생태적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6c1d69f46ceb0.png




👀 도시를 ‘숲’으로 바라보는 관점 - CERES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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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주 출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시의 나무와 숲을 바라보는 관점이었습니다.

호주의 도시숲 정책과 현장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출장 준비 단계에서부터 여러 도시숲 관련 단체들을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관심 있게 지켜보던 단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는데요.

이번 방문에서는 CERES Community Environment Park(세레스)와 Foundation and Friends of the Botanic Gardens(시드니 왕립식물원 재단&프렌즈)를
직접 찾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된 CERES는 도시숲을 기반으로 환경교육, 시민 참여, 사회적경제 활동을 함께 만들어온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어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도 이전부터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도시의 녹지가 어떻게 시민 참여와 공동체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첫 답사지였던 멜버른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CERES Community Environment Park였습니다.


⁉️ CERES Community Environment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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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버른 브런즈윅 지역에 위치한 환경공원

-  1980년대 시민 참여로 시작
 - 과거 채석장·쓰레기 매립지를 생태 공간으로 복원


* 주요 활동

  • 도시농업 및 환경교육 프로그램 운영

  • 지역 목재를 활용한 순환경제 프로젝트

  • 난민·이주민 일자리 연계 프로그램

  • 커뮤니티 기반 환경교육


👉 도시숲을 기반으로 환경·공동체·사회적경제를 연결하는 대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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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S가 자리한 곳은 원래 석재 채석장으로 사용되다가 이후 쓰레기 매립지로 활용된 훼손된 땅이었습니다.
매립이 끝난 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이 공간은 약 40여 년 전 지역 주민들이 모여 나무를 심고 작은 정원을 만들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나무 한 그루 없던 황량한 땅이었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며
지금은 도시숲과 환경교육 공간, 커뮤니티 공간이 결합된 생태 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CERES가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숲을 복원한 사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곳은 도시숲을 중심으로 환경, 공동체, 경제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곳이기 때문입니다. CERES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사회적기업 모델을 통해 독립적인 운영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나온 폐목재나 지역 목재를 수집하고 가공해 다시 유통하는 목재 순환 시스템을 운영하며, 도시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지역 경제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Fair Wood’ 프로그램을 통해 난민, 망명 신청자, 이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호주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숲 활동이 단순한 환경 프로젝트를 넘어 일자리 창출과 사회 통합을 위한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CERES에서는 도시를 단순한 인공 공간이 아니라 생태계가 작동하는 살아 있는 환경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도시를 “3천만 그루의 나무가 있는 숲”이라고 표현합니다. 도시의 나무를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니라 도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도시숲을 환경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의 자산이자 시민 공동의 기반으로 이해하는 관점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고 공간을 가꾸며 시작된 작은 실천이 오늘날 환경교육과 커뮤니티 활동, 사회적 기업이 결합된 지속가능한 도시숲 모델로 성장한 것입니다.


🖥️ 데이터를 기반으로 숲을 설계하다 - 멜버른 市

CERES와의 만남 이후, 우리는 멜버른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멜버른 시청의 도시숲 담당 부서에서는 도시 전체의 나무를 장기적인 자산으로 관리하는 정책과 전략을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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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나무는 단순히 녹지 면적을 늘리는 요소가 아니라,

  •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

  •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기반

이처럼 도시숲은 단순한 경관 요소가 아니라 도시의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였습니다. LIDAR와 GIS 데이터를 활용해 나무의 상태와 도시 환경을 분석하고, 녹지가 부족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식재 대상지로 선정합니다.


또한 ‘5-10-20’ 종 다양성 원칙을 통해 특정 수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태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도시숲을 감각이 아닌 데이터로 관리하는 방식은 정책의 지속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었습니다.


💬 도시숲의 ‘질’을 묻다 —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교(RMIT)

이후 우리는 멜버른의 연구기관을 방문해 도시숲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교(RMIT University) Centre for Urban Research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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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도시숲을 단순한 녹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과 도시의 삶의 질을 함께 다루는 연구 주제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도시숲의 ‘양’이 아니라 ‘질적 형평성’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연구진은 단순히 공원까지의 거리나 녹지 면적을 늘리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이 시민의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800mm Walkable’이라는 개념을 통해 나무를 심는 것과 보행권 확보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한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동할 수 있는 최소 보행 폭을 기준으로, 녹지 확충이 오히려 시민의 이동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원칙입니다.

도시숲이 많아지는 것만큼, 누구나 불편 없이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도시숲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였습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먹거리 숲(Food Forest)’과 같은 실험적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숲을 생산적이고 순환적인 공간으로 확장하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민이 직접 식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과정 속에서 도시숲은 단순한 녹지를 넘어 공동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 시민이 운영을 함께하는 숲 - 시드니 왕립식물원 재단과 시민 네트워크
시드니에서는 Foundation and Friends of the Botanic Gardens(시드니 왕립식물원 재단&프렌즈)을 방문했습니다. 이곳 역시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이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단체였습니다.

🌿 Foundation & Friends of the Botanic Gar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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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왕립식물원 시민 후원 재단

* 주요 역할

  • 식물원 연구 및 보전 활동 지원

  • 시민 회원 프로그램 운영

  • 자원봉사 및 교육 프로그램

  • 식물 보전 프로젝트 후원

👉 공공 식물원과 시민 네트워크가 협력하는 도시 녹지 거버넌스 모델



시드니 왕립식물원과 연계된 이 재단은 시민 후원과 참여를 기반으로 식물원과 도시의 녹지를 지원하고 운영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 회원과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통해 식물원의 교육 프로그램, 연구 지원, 시민 참여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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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식물원과 시민 기반 재단이 협력하며 도시의 녹지를 시민과 함께 유지하고 확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공공 녹지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공공기관의 역할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운 도시 녹지의 관리와 운영을 시민 참여와 후원, 커뮤니티 네트워크로 보완하는 모델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두를 위한 녹지 전략 — 시드니 市

멜버른에서의 일정을 마친 우리는 시드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시드니 시청에서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녹지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드니는 ‘Greening Sydney Strategy’를 통해 녹지 확대를 넘어 형평성과 접근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f198b8cebdd31.png특히 녹지가 부족하고 열섬 현상이 심한 지역,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설정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거리, 공원, 사유지 등 공간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른 목표를 설정해 관리하는 방식도 특징적이었습니다.

‘The Right Tree in the Right Place’ 원칙을 통해 기후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하고 시민과 공유하며 민간 영역에서도 도시숲 확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숲으로 만들기 위해 행정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건물이 숲이 되는 도시 —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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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대학교에서는 도시숲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도시 안에 숲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건물 자체가 숲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회복성 건축’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구와 건축물의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더 이상 충분한 토지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물의 외벽, 발코니, 옥상 등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녹지를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창밖으로 보이는 3그루의 나무’라는 기준을 수직적인 녹지로 확장하는 새로운 해석이기도 합니다. 도시숲이 땅 위의 공간을 넘어 건축과 결합해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서울과 같은 고밀도 도시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도시숲은 결국 시민과 함께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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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분명했습니다.

도시숲은 행정만으로도, 시민단체만으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정, 시민단체, 연구기관, 시민이 서로 연결될 때 도시의 숲은 더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멜버른과 시드니의 사례는 도시마다 환경과 제도는 다르지만, 시민 참여를 중심으로 도시숲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역시 시민과 함께 도시의 숲을 만들어가는 단체입니다. 이번 답사는 해외 사례를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도시숲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도시숲을 통해 환경과 공동체를 연결하고 시민 참여를 확장하며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만들어가는 일. 태평양을 건너 만난 도시숲의 이야기들은 결국 서울의 도시숲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도시가 달라도, 도시를 더 푸르게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 숲을 가꾸려는 노력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번 탐방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와 이야기들을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 속에서도 조금씩 풀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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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서울그린트러스트 2026년 3월 뉴스레터 ‘초록의 기지개, 연결의 발걸음 中 호주 도시숲 탐방기’에 수록되는 내용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소식과 함께 국내·외 초록 이야기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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